송해월 문학서재 ~ 바람부는 날에는...



  (2007-05-15 09:35:43, Hit : 376, Vote : 38
 인생의 세 바다




인생의 세 바다


어릴 때 서해 가까운 곳에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집은 서울로 이사(移徙)를 갔었다.

20년 뒤에 안동에서 첫 사역을 시작하면서
영덕에 가서야 비로써
나는 동해(東海)바다를 바라본 것이다.

그 느낌은 천지창조 때 ‘좋았더라’ 고
했던 그 분처럼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감격(感激) 그 자체였다.

나는 원래부터 바다를 좋아했지만,
강릉에 와서는 언제나 바다를 끼고 살다보니
이제 바다 없는 삶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우리‘가족의 날’ 모임을
서해대교 바로 앞에
살고 있는 누님 집에서 가졌었다.

저녁 모임 때까지 시간이 남아있어서
우리 식구는 가까운 제부도에
갔었는데 아이들은 동해와 또 다른
서해(西海)의 꿈틀거림에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아니 그들보다 내 자신이
더 서해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모든 바다의 장단점을 다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축복(祝福)된 일인가.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바다로 비유(比喩)한다.
일기예보도 없이 홀로 거친 바다를
항해해야하는 돛단배 같은 인생들에게
바다는 많은 것을 교훈하고 있다.





먼저 동해(東海)는 인생의 청년기 같은 바다다.

작은 섬 하나 없이 탁 트인 해안선과
깨끗하고 보석같이 빛나는 모래알,
그리고 쪽빛 바다를 보고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모든 시름을 다 잊을 뿐이다.

어디 그뿐이랴.
수심이 깊고 계절에 따라
난류와 한류가 흘러 고기도 많고
신선이 된 것처럼 바다에 떠 있는 묘미(妙味)는
누가 알겠는가.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동해는
젊은이들이 가장
열광하며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동해의 외적인 모습들은
젊은이들의 특성과도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어떤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들의 꿈,
바다 위에 누워있듯이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벤처정신 등등

또 날마다 해가 뜨듯이
어떤 좌절(挫折) 속에서도 다시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설 줄 아는 그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동해도 아픈 곳이 있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오기에
사람냄새는 사라지고 쓰레기 냄새만 진동한다.

모래는 너무나 질서 있게 누워있어서
한참 보고 있노라면
황량(荒凉)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젊을 땐 ‘똑똑하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은 소리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동해 고기보다 서해고기가 맛있다’
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된다.

동해처럼! 깨끗한 사람과
동해처럼 잘난 사람은 호감은
갈지 몰라도 사람냄새가 나질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더 촌스럽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기 것은 알 수 없는 인생을
자기 식으로 쉽게 판단하는 교만(驕慢) 때문이다.





이제 인생의 장년기인 남해(南海)로 떠나 보자.

남해는 동해와 서해를 합쳐놓은 듯
서로의 장점만 갖고 있는
것처럼 힘과 중후(重厚)한 맛이 있다.

남해의 멋은 역시
조용하고 잔잔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양식과 조선업하기엔 적지이다.

기후도 온대성이라 제주도처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식물들도 많다.

그래서 도시의 편리(便利)함과
바다의 시원함과 함께
섬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한꺼번에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남해다.

일반적으로 중년의 4, 50대가 되면
동해처럼 격동적인 일들도 대부분 지나가고
이제 경제적이고 정신적인 여유가 있는
진정한 인생의 멋과 향이 나는
가장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남해 뒤에도
적조(赤潮)라는 어두움
때문에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동해는 수심이 깊고 바닷물의 교류가 빨라서,
서해는 조식간만의 차가
너무 커서 적조가 생기지 않는데,
남해에서는 수심도 얕고 섬도 많아
해류의 영향을 적게 받아서
또 공단지역에서 나오는 수질오염 때문에
적조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중년(中年)의 과제다.
시련이 없는 것 자체가 시험이라는 말이 있다.
너무 잔잔하다보니 문제가 된 것이다.

이번 가족의 날에 모여 이야기하면서
안 사실은 형수님과
누님 몸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남해처럼 너무 잔잔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
동해 같은 격랑의 세월을 보낸 후
중년이라는 남해에 가보니 몸이 아픈 것이었다.

아마도 다른 집 식구들도
중년에 들어서면 겉으로는 잔잔한 것 같지만
속으론 적조 같은 아픔이 있을 것이다.





이제 드디어 황혼기인 서해(西海)에 왔다.
물이 점점 차고 있음에도
아직도 어수선하게 떠 있는 배들,
포구 사이로 잡은 조개를 갖고
분주히 오가는 아낙들의 모습은
어떤 화가도 그릴 수 없는 서해만의 아름다움이다.

물이 들어오면 수많은 생물들은
성장하여 사람들에게 여유와 혜택을 준다.
물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물 밖으로
나가야 하듯이 그 때를 알고
맞추어 사는 것이 지혜다.

서해는 이렇게 단순한 놀이의 바다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와 공존의 법칙을
가르쳐 주고 있는 곳이다


서해의 매력은 역시 지는 해의 장관이다.
하루 종일 빛을 밝히고 이제
시간이 되어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서해야말로 황혼기 인생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서해는 알면 알수록 아름답지만 겉만 봐서는
서해도 꼬집을 것들이 많은 곳이다.

물은 탁하고
구경할 만한 진귀한 것도 별로 없고
해안선도 복잡하고 풍경들도 지저분하다.

인생 노년도 서해처럼 매력이 없다.
‘해가 서쪽! 에서 뜬다.’라는 말처럼
서해는 동해에 비해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서해는 곳곳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며
보잘것없는 돌 하나에도
더덕더덕 붙여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통해
삶의 지혜와 여유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노년의 멋은 결코 외적인 멋이 아니다.
이렇게 꾸밈없는 그 모습
자체(自體)가 모두에게 쉼을 주고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주여,

저에게
동해 같은 생동감도 좋지만
인간적인 정(情)이 메마르지 않게 하소서

또한
남해 같은 여유와 멋도 좋지만
인생의 적조들을
지혜롭게 이기게 하소서

그래서
서해 같은 황혼의 때에
모습은 초라할지라도

참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며
낙조(落潮)의 아름다움이
있게 하소서
...

2004년 8월 1일 월요일에 강릉에서 피러한이 드립니다.



^경포호수^




(2007-05-15 10:00:16)  
타잔님이 선별하여 올려주신 앵콜 주간메일을 가져다 올렸습니다..
동해, 남해, 서해..
적절한 비유와 대비..
목사님의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랐지요..

여행 즐거우신지..
이제야 일주일이 지났는데.. 한달은 족히 넘은 듯 싶으니..
목사님이 많이 그리운가 봅니다.. 경포호수님들도 모두 그런 거 같구요.. ^^
이제 곧 돌아오실테니 뵈올 수 있겠네요

먼 곳에서 낚아오실
은빛 빛나는 은어떼같을 주간메일이 무척 기대됩니다
그치만, 이런 기대감이 목사님께는
숙제같은 부담을 지워 드리는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

오늘쯤 나서시겠네요 어쩌면.. ^^
즐겁고 행복한 여행, 남은 시간도 알토란 같이 찾아 쓰시구요..^^
안녕히 돌아오시길요 목사님.. ^^
♧♧♧..♧ (2007-05-16 05:00:11)
바다의 인삼=해삼
바다의 별미=멍게
바다의 왕자=새우

머 이렇게 좋은 먹거리두 많은데.. 그런 맛난 글들은 언제쯤이나 볼까유?
해월님이 들구 오신글 넘 길어서 낸중 조금 조금씩 봐야것시유~!!

넘길어~!!! 피로한 목사님 왜 갈수록 더 길게 쓰시는거쥬??
피로할때는 피로연가서 왕창 먹어줌 되는뎅.....
(2007-05-16 09:41:57)  
ㅋㅋㅋ
토끼풀님 다우세요.. ^^

이 글은,, 피러한 목사님이 부재중이셔서
경포호수 운영자님이 앵콜 주간메일로 올리신 글인데요..
이 글은, 2004년 8월 1일에 올리셨던 글입니다..
한참 되었지요~ ^^..
♧♧♧..♧ (2007-05-16 20:49:24)
울긴 누가 다 울어유?

그라구 지는 경포호수는 몰라유.. 경포대는 알아두..
피로한목사님이 부재시면 문 닫아걸구 근신해야지
왜 문 열어놓구 다닌데유??
어딘지 확 달려가서 깽판놓구 올까부당..
그러다가 난중 디지게 맞것쥬???
(2007-05-16 21:10:01)  
ㅋㅋ

경포호수는 피러한 목사님 다음 카페예요
글 맨 밑에 경포호수라고 쓴 글 옆에 아이콘을 클릭하면 되는데욤~ ^^

ㅋㅋ 글쎄요.. 깽판치면 토끼풀 네개님을 누가 디지게 팰까유? ^^
♧♧♧..♧ (2007-05-16 21:32:39)
지가 젤루 시로하는 사람이 목사님들인데.. 지가 거기 갈 일이 있나유?
하긴 깽판쳐두 디지게 팰 사람이 없것쥬??
목사가 사람치다.. 하는 일 생김 오히려 터지는쪽은 그쪽일테니까유..ㅋㅋ
그래두 깽판은 치면 안되는구만유.. 해월님 그럼 안돼유 깽판!!
(2007-05-16 21:34:47)  
ㅋㅋ
넹~~ 안돼유 깽판!!! ^^
피러한 (2007-05-18 12:13:00)
짐작컨데...
토끼풀님은 저보다 나이로 보아선 인생의 선배님이신데...
왠일인지 쓰신 글을 보면,
동생처럼 여겨질 정도로 마음이 편한 것은...
토끼풀님의 특별한 은사???이신가요?

이번 주 잠언:
'지가 젤루 시로하는 사람은 목사님들이네...'
맞습니다.
맞고요...

그래서 교회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목사요,
두 번째가 불쌍한 사람 부인들이랍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야그지만요^*^

저도 싫어요.
직업으로 내가 이 일을 한다면 하루에도 열 두번 관 두었을 것입니다.
좋은 말로 '사명'
고상한 말로 '부르심'
신앙적인 말로 '그 분의 예정하심' 때문에
이리돟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알면서도
일을 해야하는 정말로 대책이 안 서는 사람들...

가장 두려운 일은
내 자신 스스로가 목사가 직업처럼 느껴질 때...
그렇지 않아도
어제 비행기 안에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오늘 눈 뜨자마자
새벽기도회 인도한 후 운동하고 식사하고
사무실로 돌아와...멤버들에게 전화하고
이번 주 일 정리하고
저녁엔 한팀과 약속이 있고
9시엔 금요기도회
...
이렇게 줄줄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지만
그래도
저는 좋답니다. 이 일이...
그래서 그의 부르심을 믿는 것입니다.

해월님
토끼풀님
이 곳에 드나드는 모든 님들에게
그 분의 평안을 전합니다.
샬롬!!!
(2007-05-18 14:21:38)  
목사님,, 오셨군요~ 환영합니다.. ㅎㅎ ^^
목사님 보니 무척 반갑고 기분이 더 좋~~ 아~~ 집니다.. ^^

여행 즐거우셨어요?
고단하시겠네요..
고단하셔도 미룰 수 없는 일들은 산재해 있을테구..
다음 주 월요일쯤엔 몸살 안나실라나 걱정스럽네요.. ^^

쌓인 피로.. 잘 풀어내시구 탈 나지 않고 일상에 잘 적응하시길 바랍니다..
비가 오고 날씨가 제법 쌀쌀할꺼라고 하네요
이런 날은 따뜻한게 최고지요..
목사님.. 평온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길요~ ^ㅡ^
♧♧♧..♧ (2007-05-18 20:56:13)
헉, 난 여행중이라서 맘 놓구 썼더니만 언제 돌아오셨쥬 목사님?
에구.. 저 위에 말은 쥔마님하구 그냥 함 써본건데 맘 쓰지 마셔유~
죄송혀유~!!

글구 목사님께서는 스스로를 불쌍한 사람으루 인정하심 어케유?
어차피 이 길을 걸어가시겠다구 맘 먹으신분이신데~
즐거히 가셔야 하시는 길이구만유.. *^^*

인정이야 머 위에서 해 주시는것으로만 만족해야 하시구~
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 전혀 없는것이잔아유..
머 인정받음 더 좋은것이구..

목사들을 시로하는것에는 지도 이유가 있구만유~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목사님들에게 실망을 받아서쥬..

물론,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두 있었쥬~ 지금은 고인이 되신분이시지만..
그분은 설교를 잘한분은 아니셨쥬..마음이 따뜻했던분이셨는데..
죽기까지 충성하신분이셨습니다.

즉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사리사욕이 없으시구 자기자신을 낮추실줄
아시는 분이셨지요 ^^
(참 웃기는일은.. 자기 자신을 낮출때 오히려 하나님께서 높이시는 이치를
모르고.. 많은이들이 스스로 높아져 괴로움을 자초한답니다. 국민학교서도 배운건데)

제가 실망했던 많은 목사님들은 사리사욕이 있는분, 명예욕이 있는분도
있으셨지만, 저는 특히 말과 행동이 틀린분을 싫어한답니다.

사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란 불가능하지요. 저도 그렇게 못하니까요.
교인들이 그런 불가능한일을 목사님들께 바라진 않는답니다.

최소한 말씀에 비취어,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분을 바라는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노력이 보이는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과 전혀 다름이 없는...
그런 류의 사람들을 보아오니 마음이 씁쓸할때가 넘 많고, 또 많다보니
이렇게 제가 젤루 시로하는 사람이 목사라고 말하는것이랍니다~ ^^

그런류의 목사님들을 볼때 제가 그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
그 외에 하나님이 제대로 쓰시는 목사님들은 불쌍한것이 아니라
영광스런 것이지요.

울 피로한 목사님께서는 많은 인생경험을 하신만큼, 가난한자나 부한자를
가리시지 마시구 오직 주의 뜻에 합당하게, 한마음. 한뜻. 한길로 그가
부르실때까지 충성하시길 빕니다.

실례했습니다.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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